삶의 길을 잃었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길을 잃으니 제 자신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였습니다. 억지로 힘을 내서 이름만 알고 있던 목회상담자 한 분에게 전화를 드리고 도움을 청하러 갔습니다. 그분은 나름 알려진 분이고 짧은 통화 외엔 저를 소개한 적이 없어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처음 가본 장소여서 어느 건물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는데, 멀리서 저에게 손짓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 이름을 부르며 혹시 자기를 찾아왔다면 이리로 오라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제가 만나기로 했던 그분이 약속시간 전부터 건물 밖에 나와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다. 상처로 한없이 작아져 있던 그때, 잘 알지도 못하는 저를 건물 밖까지 나와 미리 기다려준 그분의 환대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 있던 자리에서 그분께 걸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 저는 이미 치유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목회상담은 상처받은 영혼을 환대합니다.
환대는 강렬한 치유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환대는 섣불리 해결의 자리로 안내하기보다는, 아픔의 자리에서 그 사람을 깊이 있게 만나 줍니다. 그 자리에 함께 불안의 시간을 견디고 머물러야 상대의 어려움이 깊이 느껴집니다. 목회상담자들은 완벽해지려 하거나 화려한 기술을 펼치기보다는 진실하게 기꺼이 아픔의 그 자리에 머무를 줄 아는 분들입니다. 지식과 기술도 충분히 갖췄지만 ‘자발적 무능’의 자세로 하나님의 치유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한국목회상담협회는 지난 42년간 우리 땅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대 박근원 회장님을 시작으로 많은 분들이 목회상담의 뿌리 내림과 확장에 동참하셨고, 그 결과 현재 우리 협회는 5천 명의 소중한 회원들이 계신 단체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매년 봄, 가을에 학술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목회상담학자들의 학술모임인 <목회신학 컨퍼런스>는 10주년을 맞이했고, 등재지 「목회와 상담」은 지금까지 42호를 발간했습니다. 250회를 넘기며 매달 첫 주 토요일에 개최되는 임상사례모임에서는 목회상담을 임상의 장에서 뜨겁게 고민하며 상담자와 내담자의 어려움에 함께 공감하고 회복을 위한 배움을 경험합니다. 앞으로도 한국목회상담협회는 환대와 치유의 돌봄 사역을 계속해서 펼쳐 나갈 것입니다. 이 사역으로 우리 개인과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생명이 불어넣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16대 회장 정푸름